<국부론> 이후 250년의 노동문제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1776년은 1차 산업혁명 초기였다. <국부론>에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노동’이다. 노동을 나누면 국부가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이 나온 1848년 2월, 유럽은 민중혁명에 휩싸였다. 권력을 잡으면 어떤 정책을 쓸지가 두 ‘이대남’의 고민이었다. 이들은 아동노동 철폐, 무상 공교육, 중앙은행 설립, 공업과 농업의 조화, 상속권 폐지를 내세웠다. <국부론> 때 맹아를 틔워 <공산당선언> 무렵 절정에 달한 1차 산업혁명기에 노동자의 삶은 노예와 같았다.
1861년 발발한 미국 남북전쟁은 2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했다. 노동이 자본보다 우월하다고 믿은 링컨의 ‘노예해방’은 흑인을 농장노예에서 공장노동자로 변모시켰다. 산업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 발전하면서 제국주의로 치달았다. 이 무렵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법·제도로 인정됐고, 노동자당이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를 넘보게 됐다.
2차 산업혁명은 1차 대전(1914~1918년), 2차 대전(1939~1945년), 미소 냉전(1947~1989년) 등 세 개의 대전쟁을 동반했다. 1917년 11월 러시아와 1918년 11월 독일에서 일어난 노동자혁명은 1차 대전을 끝냈다. 1919년 초 승전국은 전쟁 억제와 혁명 예방을 목표로 베르사유 조약을 만들었다. 그 조약 13장에 의거,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인간적인 노동의 조건을 국제법으로 실현하려 국제노동기구(ILO)가 출범했다. 그해 가을 워싱턴에서 열린 ILO 창립대회는 하루 8시간, 실업자 보호, 야간근로 규제, 아동노동 보호, 여성노동 보호 협약을 채택했다.
패전국 독일과 공산주의 러시아를 배제했던 베르사유 체제의 결함은 2차 대전의 원인이 됐다. 노동자혁명이 끝낸 전쟁이 노동을 다시 배제한 체제로 인해 20여년 만에 재발한 셈이다. 나치의 발흥에 겁먹은 스탈린은 영국·프랑스와 동맹을 맺으려 했으나, 영국·프랑스는 1938년 9월 독일·이탈리아와 뮌헨협정을 맺었다. 시간이 필요했던 스탈린은 히틀러를 꼬드겨 1939년 8월 독소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1940년 6월 서유럽을 완정한 독일은 이듬해 6월 소련을 침공했지만, 1942년 겨울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연합국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1944년 5월 미국 필라델피아 총회에서 ILO는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1억명 넘는 사상자를 낸 두 번의 대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ILO는 1947년 노동감독(81호), 1948년 결사의 자유(87호), 여성의 야간근로 제한(89호), 1949년 단체교섭권(98호) 협약을 채택했다. “인간적인 노동조건 없이 평화 없다”가 1차 대전의 교훈이었다면,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2차 대전의 교훈이 됐다.
종전 이후 식민지가 독립해 유엔 회원국이 됐다.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가 유엔으로 대표되는 새 국제질서의 흐름이 됐고, 미국과 서방은 지정학적 반혁명을 위해 신자유주의로 대응했다. 1989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냉전을 종식시켰으나, 소련도 1991년 덩달아 해체됐다. 당시 세계경제는 컴퓨터·인터넷이 촉발한 3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3차 산업혁명과 맞물린 신자유주의는 “인간적인 노동의 조건”을 후퇴시키고 “노동의 상품화”를 촉진했다. 이는 노동시장 상층의 포섭과 하층의 배제라는 총자본의 고전적인 노동시장 분할 전략으로 반복됐다. ‘노동귀족’은 1858년 엥겔스가 처음 구상한 개념으로, 오늘날 한국에서는 우익의 용어로 전유되고 있다. 레닌은 1916년 <제국주의와 사회주의 내의 분열>에서 이를 초과이윤에 근거한 기회주의의 물적 토대로 체계화했다.
각각의 산업혁명은 각각의 현안(problems)을 제기했고, 노동운동도 각각의 기술적·관료적 해결책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모든 산업혁명을 역사적으로 관통하는 일관된 도전이 총노동에 대한 총자본의 공세, 즉 노동문제(the Labour Question)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자본-노동관계의 근본적 모순 자체와 연결돼 있으며, 주어진 체제 안에서 노자관계를 어떻게 기술적·제도적으로 조정·관리할 것인가라는 실용적 접근에만 머물지 말 것을 노동운동에 요구한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노동자계급의 존재와 그 처우가 사회질서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역사적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출처 링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5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