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절망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부 제목: 
『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 서평

글쓴이 :

이충한 지음 | 서울연구원 | 2018년
 

 

인생의 로드맵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자신의 삶이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로드맵은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 즉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한 것들을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을 것입니다.
IMF 경제위기 이전 세대들은 그런 길을 밟아왔습니다. 취업해서 열심히 돈 모으고, 결혼하고 집 사는 것이 순차적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용불안과 저성장시대로 인해 집, 결혼, 취업까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현 시대의 청년들은 역사상 가장 높은 ‘스펙’을 가진 세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취업, 결혼, 집으로 이루어진, 과거에는 평범했던 인생의 로드맵이 더 이상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눈을 낮추자니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을 겪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청년들은 절망을 느끼고 무기력해 집니다. 심지어 ‘헬Hell이 곧 조선’이기 때문에 ‘헬조선’은 문법에 맞지 않는 동어반복이다, ‘탈조선은 지능순’이라는 말들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과연 청년들은 무슨 희망을 가지고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야 할까요? 저 또한 청년으로 살아가면서 문제를 느끼던 중 청년의 입장을 공감해줄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중력’ 사회 속의 단절된 청년들
니트NEETs: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는 다양하게 해석되는 용어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청년 니트’를 공식 교육과 취업에서 배제된 청년(15~29세)으로 정의한다고 합니다. 이 중 일자리마저 찾기를 포기한 이들을 ‘비구직 니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지만 스펙이 취업한 청년들보다 그렇게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청년 니트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 책의 저자는 고립된 청소년과 청년들을 돕는 경험과 실제 니트 상태를 경험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중력 상태’를 고찰합니다. 또한 니트를 존재가 아닌 하나의 상태로 바라봅니다. 누구나 니트성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상태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많은 청년들이 무중력 사회에서 더 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립되면서, 자기 착취의 길로 빠져 니트화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 환경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에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이른바 ‘노오력’을 하는 과정에서 소모되어 결국 사회와 단절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청년을 바라보는 담론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세대론’일 것입니다. 10여 년 전 ‘88만원 세대’, ‘20대 개OO론’ 등이 대두되던 시절, 청년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춰졌습니다. “토익책을 덮고 짱돌 들라.”는 말들과,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마치 사회가 개인의 능력을 탓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좁은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취업을 위해 빚을 안고 취업해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투자 대비 얻는 것은 없는 상황.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절망하고, 니트에 이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루트라고 생각합니다.
 
누수되는 청년들의 경험으로부터 해결 실마리 찾아야
더 이상 개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미 과거의 정책들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은 청년 실업률, 니트 증가 등 수많은 지표들이 뒷받침합니다. 노동하는 것이 당연하고, 취업률은 상승해야 하며 개인의 능력을 더 키우는 방식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여기는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정책들의 실패 원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노동이 존재의 이유라는 대전제’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내 노동이 나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고 나의 가치를 보증한다는 생각은 지나간 시대의 덧없는 욕망이 되었다. 노동하지 않더라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본문 243쪽)
 
이 책은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을 가진 것임을 다양한 실례로 드러냅니다. 또한 “청년들의 경험이 누수되고 있다”고 지적을 합니다. 결국 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의 조건 없는 증여를 토대로 청년들이 사회로 돌려주는 여유를 갖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지금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진행하고 있거나 새롭게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당사자 중심의 청년수당, 청년기본법 발의 등은 큰 틀에서 그러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며
한 명의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가는 저는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오늘날 청년들은 이전 세대만큼 지위를 획득하기가 어렵게 됐고, 취업을 했더라도 경쟁에서 배제되었을 때 커다란 위험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또한 재정 빈곤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얽히면, 언제든 니트 상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찌 보면 저자의 말대로 ‘청년 니트’는 희망이 없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태를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산업시대적 고용, 교육, 직업훈련으로는 급변하는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조건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새로운 담론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청년 니트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 사회의 소수자들 모두에게 시혜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서로의 가치관과 문제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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