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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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제조업에서는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다. 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같은 원청회사의 사업장에서, 원청회사 설비(생산라인)에 투입되어, 원청회사가 정한 업무지시 내용, 작업방식, 작업시간, 작업속도에 따라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와 업무상 별 차이 없이 일하고 있다. 



대법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모두 ‘불법파견’”

자본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니까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해 왔고, 상당수의 노동법 학자들이나 노동계에서는 한국의 사내하청은 도급계약을 위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즉, 그 실제는 ①하청업체의 실체조차 인정하기 어려워 원청회사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볼 수 있거나, ②아니면 ‘불법파견’(제조업에서 파견은 금지되어 있음)에 해당하여 판례에 의하더라도 2년이 경과하면 원청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국에 존재하는 사내하청이라는 방식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곧 불법파견)이며, 따라서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회사의 정규직 지위에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들은 자동차 등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사항들이다. 즉,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의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일하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혼재하여 배치, ‘작업지시서’에 의한 단순반복 업무, 사내협력업체의 고유기술 및 자본투입 없음, △현대자동차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 가지고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결정, △현대차동차 노동시간, 휴게시간, 교대제, 작업속도 결정, 정규직 결원의 사내협력업체 직원으로 대체, △현대자동차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상황,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 등을 근거들로 제시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원청회사는 도급으로 위장하기 위해 하청업체의 반장, 직장 등을 이른바 ‘현장대리인’(현장관리인)으로 하여 자신들이 직접 지휘감독을 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해 왔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도급’이라고 주장해 왔고, 실제 사례에서도 많이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 들을 고려하면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 등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도급인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그러한 지휘명령이 도급인 등에 의해 통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이와 같은 새로운 위장 방식에 쐐기를 박았다. 

기본적으로 원청회사의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일하는 방식에서는 작업방식, 인력투입 정도, 작업속도, 휴게시간 등을 모두 원청회사가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간에 하청업체 인원의 근태상황이나 인원현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청업체는 인력만을 보낼 뿐, 자체적인 고유기술도 없고 투입자본도 없다. 원청회사의 생산라인에 사람이 투입되어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계속할 뿐이다. 정규직과 혼재가 되어 있든 아니면 억지로 구분을 해놓았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중간에 하청업체 반장, 직장, 소장을 세워놓아도, 그들은 원청회사가 결정한 것을 ‘전달하는 자’에 불과하지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제조업 사내하청 모두에게 해당돼

이 판결이 ‘한국의 제조업 사내하청 =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첫째, 불법파견의 근거사실로 제시한 내용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제조업 사내하청이 갖는 ‘구조적인 모습들’이라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완성업체는 물론 부품업체, 전자, 철강 등 최소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일하는 여타 제조업 사내하청에 모두 해당할 수 있다. 

둘째, 불법파견도 2년이 지나면 원청에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이 된 것이라는 판결은 2008년 예스코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관 전원이 참여하여 판결을 내린 것으로 중요사건 등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다)로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그런데 그 판결 이후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은, 제조업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할 경우에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속에서 대법원이 “그래도 불법파견이다”라는 답을 낸 것이다. 이전에 나온 불법파견 판결들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거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사건들이었다면, 이번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그 판결이 나온 경위, 구체적인 내용을 볼 때에 현대자동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제조업 사내하청에 모두 적용되는 판결인 것이다.  

불법파견의 공범이냐 노동자 연대의 전진이냐

간접고용 문제에 한정해서 보면, 예스코 판결, 현대중공업 판결, 현대미포조선 판결, 이번에 나온 현대자동차 판결, 그리고 KTX 판결 등 몇 년 사이에 의미 있는 판결들이 있었다. 이런 판결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비정규직 투쟁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제조업 사내하청 =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2년이 지났다면 그 노동자는 더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이다. 또 2년이 되었든 아니든 불법파견이 명백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때, 새로운 판결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보통 “법원은 가장 마지막에 움직인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아프게도, 지금 우리들은 그 법원보다도 뒤쳐져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아직 현대자동차 사업장은 노조가 ‘1사 1조직’이 아니다.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나뉘어 있다. 법원 판결에 의하면 이미 수년 전에 정규직이 되었어야 한다는 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조에조차 가입하지 못하고 있거나, 가입하고 있더라도 ‘비정규직지회’ 소속으로 되어 있다. 어디 현대자동차뿐일까? 그나마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사업장이 아닌 곳이나, 일일파견 등 모든 노동자가 파견노동자로 채워지기 일보직전이라는 구로디지털단지는 어떠한가?

불법파견이고 당장 사라져야 하는데도 노동운동은 여전히 이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 만일 이 판결 이후에도 그와 같은 상황이 방치된다면 노동운동은 ‘불법파견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판결로 변질될 수도 있다. 또 이후에도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그것은 실패를 의미한다. 소송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것일 뿐이다.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이 이 판결을 이끌어내었다면, 이제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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