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활동가에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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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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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의미 있는 일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져놓고, 『일의 발견』의 저자 시울라 교수는 “유레카(발견했다)!”를 외치지 않는다. 미국 리치몬드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경영 윤리를 가르치고 있고, 20여 년 전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경험한 ‘식당 일’을 자신의 학문적 자양분으로 삼았다는 저자는, 단지 “우리는 삶을 일에 꿰어 맞추는 대신 일을 삶에 통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상투적인 결론을 제시할 뿐이다. ‘일’의 윤리와 철학이 형성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매우 비판적인 통찰을 거쳐. 그러니까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은, 즉 일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발견하는 것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 

장시간 노동 감내 능력이 살아남을 자격인 한국사회

그러므로 지금 우리 상황을 돌아보자. 오늘날의 한국은 그야말로 일로 뒤덮인 국가인 것 같다. 하루에 4시간도 채 자지 않고 들입다 일만 한다는, 자칭 ‘머슴’인 어느 새벽형 인간을 최고 정무직 공무원으로 모시고 있을뿐더러, 언제부터 1등이었는지도 모르겠는 OECD 최장의 노동시간 기록은 앞으로도 내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내 능력은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자격이자, 젊은 대기업 남성노동자들에게서 종종 관찰되는 어떤 도착된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삶과 생명의 순환은 노동의 공회전에 짓눌려, 여가는 대개 알코올과 소비문화로 얼룩덜룩하고 출산과 육아는 동료들에게 ‘민폐’ 취급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이는 매우 거친 스케치고, 과도하게 일반화된 닫혀 있는 질문이다. “이 바닥이 다 그러니 벌 수 있을 때 벌어 둬야 한다”는 냉소주의를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러한 질문 뒤에는 “진짜로 하고 싶은 일과 그 의미는 무엇인가?”, “다양하게 발 딛고 있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물음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이 책이 과학적 관리론이나 인간관계론 등의 현대 경영학 사조들을 비판하며 미국적 맥락에서의 일의 세계를 분석했던 것처럼, 현대 한국사회의 노동에 대한 풍부한 성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일의 의미 찾기’에서 해야 할 몫

그래도 예전에는 잠깐, 노동운동이나 진보운동이 그런 역할을 했던 것도 같다. 상당수가 책임 못질 거대담론에 기댄 거였긴 하지만, 노동의 미래와 희망에 대해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그 목소리들의 반향도 그럭저럭 운동의 울타리를 넘어섰던 것도 같다. 음, 실체도 분명치 않은 ‘좋았던 옛날’에 기대자는 건 아니다. 다만 힘든 시기일수록 성찰이, 그러니까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한 것 같다는 투정이다.   

조안 시울라 짓고, 안재진 옮김 | 다우출판 냄 | 1만 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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