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플랫폼노동 해법, 시민공론화에서 찾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연재하고 있는 <세상읽기> 코너에 칼럼(2019.11.2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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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플랫폼노동 해법, 시민공론화에서 찾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언제부터인가 ‘공론화’라는 시민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전 국민적 이슈였던 신고리 5, 6호기와 대입제도 공론화가 대표적이다. 2019년 서울교육청(학원 일요휴무제)과 서울시(플랫폼노동)도 공론화를 진행했다. 공론화는 주로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색 과정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올해 두 번째로 시민공론화를 시행했고, ‘플랫폼경제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선정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이 꾸려졌고, 일반 시민과 이해당사자가 참여했다. 추진과정은 의제 선정과 자문회의, 전문가 워크숍과 시민 숙의회의까지 총 15회의 공식회의가 있었고, 시민 250명이 참여했다. 19세부터 69세까지 연령, 성, 지역별 다양한 시민들이 2주간 책임감을 갖고 플랫폼노동의 쟁점을 놓고 토론했다.

플랫폼노동은 무엇이 문제이고, 지속 가능한 플랫폼노동을 위한 대책은 뭔지 의견을 나눴다. 시민참여단은 95% 이상이 참석했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25개 조원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존중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은 그간 협소하고 폐쇄적인 전문가주의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플랫폼노동 확산에 따른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숙의과정에서 오고간 대화에서 시민들의 깊이 있는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 공론화 추진단은 일반시민 1000명과 시민참여단 250명을 대상으로 각기 두 차례 의견조사를 했다. 시민 10명 중 9명은 플랫폼노동이 늘어날 것으로 인식했으나, 플랫폼노동 개념은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사실 1차 숙의과정에선 플랫폼노동 개념부터 유형과 실태 등 정보전달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빠른 학습을 통해 대안을 갖고 있었다. 플랫폼서비스의 편리성만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이나 노동환경 개선 지적이 대표적이다.

사실 모든 과정은 시민참여가 핵심이다. 시민참여단은 플랫폼노동의 쟁점을 도출하고 타인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갈등해결만이 아니라 협력적 문제해결의 해법도 제시했다. 플랫폼노동자의 고용형태와 적정 수수료 문제, 고객평점제와 분쟁 조정기구 필요성, 사회보험 적용 등 구체적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플랫폼노동의 확산에 따른 쟁점별 시민 인식의 변화는 공론화 성과 중 하나다. 두 차례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 결과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장 적용(1차 68.9%, 2차 79.8%)과 플랫폼 운영자·노동자·이용자 간 분쟁해결 창구 마련(1차 16.4%, 2차 25.6%) 필요성에 더 많은 공감을 표했다.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라는 영화는 사회갈등 해법을 찾기 위한 공론화 장점을 잘 보여준다. 1971년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지역의 실제 이야기로, 절대 바뀔 수 없는 제도나 관습처럼 이미 생각이 굳어버린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다.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의 참여와 과정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그간 공공정책은 이해관계자의 요구나 혹은 상층 전문가들이 만든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처럼 새롭게 제기된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시민공론화는 또 다른 정책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시민들은 플랫폼노동의 사회적 보호 필요성(93.2%)을 제기했고, 사회협약이나 조례 혹은 공동기준 수립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때마침 서울시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등을 통해 국내외 도시 정부들과도 플랫폼노동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학계나 노동계 의견 수렴을 통해 2기 노동정책기본계획에 플랫폼노동과 같은 새로운 노동형태를 포함할 계획이다. 2019년 플랫폼노동을 처음 접한 시민참여단 후기는 공론화 정책의 효과성을 확인시켜준다. “플랫폼노동을 처음 접했다. 생소한 단어인 만큼 널리 알려져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공공행정에서 시민들이 제시한 정책에 중앙과 지방정부들이 답을 해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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