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독일에서 ‘아래로부터 조직화’와 노동조합 혁신: 제도적 제약, 전략적 딜레마, 그리고 조직적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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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돋보기] 독일에서 ‘아래로부터 조직화’와 노동조합 혁신: 제도적 제약, 전략적 딜레마, 그리고 조직적 긴장

이주환 0 1,056 2020.10.05 16:59

독일에서 ‘아래로부터 조직화’와 노동조합 혁신: 제도적 제약, 전략적 딜레마, 그리고 조직적 긴장​1) 

1) 이 글은 다음 글을 요약 및 번역한 것입니다. Nicklich, M., & Helfen, M. (2019). Trade union renewal and ‘organizing from below’ in Germany: Institutional constraints, strategic dilemmas and organizational tensions. European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25(1), 57-73.


번역 및 요약: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들어가며


노조 혁신 전략과 실천과 관련된 논의에서 ‘조직화(organizing)’는 핵심적인 주제다. 오늘날 조직화 전략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후의 전통적인 노조주의에서 새로운 사회운동 노조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구조적 권력 때문에 노조가 포괄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데 성공한 미국서비스노동조합(SEIU) 사례다. SEIU의 성공은 많은 나라 노동조합운동에서 큰 공명과 반향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조직화를 ‘그 기원이 된 미국과는 다른 제도적 맥락을 가진 나라에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됐다. 이 글은 독일금속노동조합(IG Metall) 사례분석에 기초하여 이 질문에 답하고자 시도한다. 독일과 미국은 각각 노사파트너십과 대립적 노사관계의 제도 설정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조직화의 일반적인 특징과 다양한 속성을 명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노동조합이 ‘조직화 밴드왜건(organizing bandwagon)’에 탑승한다 해도 결국 제도의 제약을 벗어날 수는 없으며, 노조의 조직화 전략은 기존 제도적 맥락에 의해 제공되는 자원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이론적 배경: 제도적 맥락과 조직화


전통적으로 독일의 노동조합은 노사 간 사회적 파트너십을 북돋는 제도적 환경에 놓여 있었으며 노사갈등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독일과 상반되는 미국의 제도적 환경에서 발전한 공격적인 조직화 접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독일금속노조(IG Metall)와 독일서비스노조(ver.di) 등은 미국으로부터 조직화 개념을 빌려와 이를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독일노조운동이 이러한 선택을 한 데는, 한편으로는 지난 20년간 산업 차원 다사용자 단체협약 적용률과 노조 조직률이 감소 추세가 지속됐고, 한편으로는 교섭구조가 탈중심화되면서 기업 및 사업장 수준의 아래로부터 대표성이 약화됐다는 점에 영향을 받았다. 이 두 가지 추세가 사회적 파트너십의 붕괴 과정을 촉진함에 따라, 독일노동조합운동의 전통적인 문화가 도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 글에서 필자들은 선행연구의 유산에 기초하여 조직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모집, 동원, 행동주의 등 세 가지의 이념적 유형으로 구분했다. ‘모집(recruiting) 관점’은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을 조직화의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는 것이고, ‘동원(mobilization) 관점’은 사회운동 노조주의와 연관돼 있으며, ‘조합원 행동주의(member activism)’ 관점은 조직화를 일반 조합원들의 자발적 활동에 기초한 것으로 인식한다([표 1] 참조). 현실의 조직화 과정에서는 이러한 유형들이 겹쳐져서 나타나지만, 어쨌든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조직화와 관련된 상이한 철학적 입장들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자원 배치와 의사결정 과정에 깔린 함의를 인식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모집 및 동원 관점은 목적 의식적인 자원 재배치와 조직가의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조합원 행동주의 관점은 아래로부터의 내재적인 과정 측면을 좀 더 강조한다.


[표 1] 조직화의 다양성 

유형

목표

모집

전혀 또는 거의 조직화 되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을 통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만드는 것

동원

전통적인 제도화된 고용관계 영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운동 지향의) 목적 달성을 추구하는 것

행동주의

현장조합원 수준에서 주도하고 관리하는 활동의 전개


조사 자료와 방법


이 연구의 목표는 독일금속노조(IG Metall)가 미국과는 상반되는 제도적 환경 속에서 조직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탐색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위해 IG Metall의 활동과 미국서비스노조(SEIU)의 활동을 대조했다. 독일의 제도적 환경에서 노동조합은 사업장 수준에서 조합원 수와 상관없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만 교섭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양 국가 노동조합의 조직화에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미국 노조는 노동자 지지 확보를 위한 내부 조정 필요성 때문에 사업장 단위에서 강한 중앙집중적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고, 이 조직이 노동자 이해관계 대변에 있어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노사갈등이 사업장에서의 직접적인 충돌로 표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 독일에서는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협회가 노사협상의 사용자 측 당사자이므로 사업장 단위 중앙집중적 구조를 갖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사업장에서는 작업장평의회(works council)가 노조 역할을 대신한다. 


자료 수집


이 연구는 풍력발전부문에서 진행된 IG Metall의 조직화 캠페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44번의 면접을 통해 이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다. SEIU의 조직화 캠페인에 대한 분석은 문헌 자료와 현재 진행 중인 조직화 캠페인 <Stand for Security>의 홈페이지(http://standforsecurity.org/)에 기초했다. 또한 이렇듯 면접과 문헌을 통해 획득된 기본 자료에 대해서, 다양한 원천의 다른 자료를 통해 삼각검증을 실시했다.   


결과


본보기로서 SEIU의 조직화 접근


미국서비스노조(SEIU)만큼 조직화와 관련 깊은 노조는 없다. SEIU는 지난 20여 년 동안 조직화 접근에 기초 조합원 수를 거의 두 배로 증가시켰고, 그 결과 ‘조직화 노조(the organizing union)’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SEIU는 조합원 행동주의 지향을 강조한다. IG Metall이 발행한 안내서(handbook)는 이러한 관점을 수용하여, “조직화 캠페인의 출발점은 기업 내 조직 간[=노사] 갈등”이라고 적시했다. 요컨대 두 조직 모두 표면적으로 캠페인 활동이 ‘아래로부터 조직화(organizing from below)’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도적 제약: SEIU는 조직화 접근에 따르기 위해서 제도 설정에 대해서 태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이를테면 SEIU의 조직가들은 ‘미국에서 삶의 표준’을 중심으로 자신의 활동과 관련된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최고의 반빈곤 국가 프로그램’의 맥락으로 표현될 때 가장 많은 동의를 받았다. 조직가들은 반빈곤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파업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는 2008년 시작됐으며 국가공동체의 맥락에 기초한 캠페인 <Stand for Security>였다. 이는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보안산업의 약 110만 노동자를 대상으로 추진된 조직화 사업이다. 이 캠페인의 활동가들은 ‘우리의 목표는 전문성과 훈련 수준을 강화하여 이 산업의 전체 기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사자들의 임금과 복지, 경력개발 기회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파업을 일반적인 행동 전술로 취했다. 

전략적 딜레마: SEIU에서 조직화로의 전환은 전략적 딜레마를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에는 SEIU는 다양한 산업에서 사업장 단위로 조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조직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부터 특정한 산업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산업 단위 조직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분절된 교섭구조를 극복하고 집중화를 이루어야 했다. 그런데 지역조직의 지도부는 이러한 시도가 자신들의 자율성을 파괴할 것이라 우려했고, 그 결과 조직 내 긴장이 형성됐다. 또한, SEIU 상층에서 추진한 ‘조합원과 권력 획득을 위한 노사대립적 전략’에 따라 지역조직들은 기존 조합원들이 내는 회비의 대략 50% 정도를 신규 조합원 조직화 사업에 사용해야만 했다.

조직적 긴장: SEIU에서 조직화로의 전략적 전환은 길고 취약한 구조 변화 과정과 함께 진행됐다. 지역별로 조직화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이 설치됐고, 모든 지역조직이 조직가를 상용직으로 고용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은 상층의 결정에 따라 하향식으로 추진됐고, 이로 인해 조직민주주의가 비판에 직면했고, 중앙의 조직가들과 지역조직의 활동가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중앙이 주도한 통합 추진에 따라 1996년 373개였던 지역조직의 수는 2011년에는 140개로 감소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지역조직 선출직 지도자들이 조합원과 협의 없이 상층에 의해 제명됐고, 또 일부 지역조직들은 중앙의 신탁통치를 받아야 했다. 지역의 창의성과 주도성이 중앙집중화된 위계구조에 억눌렸다.

           

응용으로서 IG Metall의 조직화 접근

 

1994년 300만 명가량이었던 독일금속노조(IG Metall)의 조합원 수는 2009년에는 약 220만 명까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조직 상층에서는 이러한 추세를 반등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했고, 그 결과 SEIU로부터 조직화 접근을 빌려오게 됐다. SEIU에서와 마찬가지로 IG Metall에서도 조직화로의 전환은 전략 및 제도 차원에서 변화를 야기했다.   

제도적 제약: 전통적으로 독일의 노동조합운동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 사업장이나 기업 수준에서 작업장평의회를 통해 노조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 등을 목표로 강조해왔다. 독일 노조 활동가들에게 조직화 접근은 결국에는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에서 인식됐다. IG Metall의 활동가들은 ‘조직화 전략이란 사람들이 어떻게든 더 강해지게 조직하는 방법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체교섭에 대해서 더 많이 요구해야 된다’라고 요약했다. 독일 활동가들은 작업장평의회를 조직화를 실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요컨대 작업장평의회는 회사 측에 노조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한 자원으로 쓰였다. 한편으로 작업장평의회는 사용자 측에 의해 회사에서 노조를 배제하기 위한 완충장치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풍력발전부문에서 진행된 IG Metall 조직화 캠페인의 일차적인 목표는 작업장평의회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한편, IG Metall의 캠페인은 SEIU의 경우와 달리 파업이 아니라 교섭을 우선적인 행동 전술로 활용했다. IG Metall의 조직화 캠페인에서 외쳐진 공식적인 구호는 ‘노조에 가입해라, 그러면 단체협상에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Wir für mehr – Tarif mussher!)’였다. 풍력발전부문에서 진행된 IG Metall 조직화 캠페인의 결과는 양가적이다.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의 반노조 전략을 극복하고 선도 기업에서 노조 친화적인 작업장평의회를 설립했지만, 전체 가입 대상 2만여 명 중 단지 1,600여 명만이 실제로 조합원이 됐다. 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역 단위 조직화 원칙도 실현되지 못했다. 

전략적 딜레마: 1990년대 말 이후 조합원 수 감소가 가시화되면서 IG Metall은 조직화로의 전환을 시작했고, 그 첫걸음은 이 문제를 다루는 특별부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출발은 베르톨트 후버(Berthold Huber)와 데틀레프 베첼(Detlef Wetzel)이 각각 IG Metall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당선된 2007년이었다. 베첼은 후버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조직화 사업을 추진했다. 베첼 부위원장의 주도로 IG Metall 본부에 ‘조합원과 캠페인’ 부서가 새롭게 설치됐고, 함부르크에서 <Never Work Alone>라는 조직가회의가 개최됐다. 이후 IG Metall은 전직 독일서비스노조(ver.di)와 SEIU의 활동가들을 포함해 다양한 이들을 조직가로 채용했고 조직화로의 노선 전환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조직적 분위기 속에서 IG Metall은 풍력발전부문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등대 프로젝트(Leuchtturmprojekte)>를 추진했다. 

조직적 긴장: 면접에 응한 IG Metall 중앙 간부는 “우리는 의사결정기구에서 우리가 조직화 노조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08년 전담 부서가 설치되고 조직화로의 전환이 본격화되었을 때 간부들의 반응은 신중했다. 면접조사 결과에 따르면, IG Metall 간부 중 일부는 조직화로의 전환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앙에서 내려보낸 지침은 전통적으로 자율성을 갖고 활동해온 지역조직의 관행과 충돌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 대비 성과를 고려하면 지역조직이 조직화 지침에 자원을 투자할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면접에 응한 중앙 간부는 베첼 부위원장의 정치적 주도가 없었다면, IG Metall 내부에 조직화 사업의 기조가 전혀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여 조직화 전담 부서는 조직의 기존 구조나 관행과 덜 충돌하면서 조직화의 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방식을 활용했다. 첫째, 상층 주도로 시작된 <등대 프로젝트>의 결과를 홍보함으로써, 노조 전체가 조직화 활동의 효과와 긍정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요컨대 본부의 조직화 전담 부서의 활동가들은 지역조직의 대표자들, 작업장평의회 및 지부의 간부들 등이 조직화 접근의 긍정성을 수용하도록 조직하고자 시도했다. 둘째, 조직화 접근을 지역조직들 사이에서 확산시키고자 했다. 요컨대 IG Metall의 지도부는 풍력발전부문 조직화가 상대적으로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길 원했다. 조직화 과정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데 있어 지역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전 혹은 번역인가, 아니면 혁신인가          


두 조직의 조직화 접근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표 2] 참조). 두 조직 모두 ‘아래로부터 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중앙 집중화된 관리에 따라 조직화 접근은 조직 내부에 관철시켜 왔다. 또한, IG Metall은 SEIU 버전의 조직화 접근을 지향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제도적 맥락에 기초하여 이를 번역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도적 제약, 전략적 딜레마, 조직적 긴장 등을 다음과 같이 조정했다.


[표 2] SEIU와 IG Metall의 공통점과 차이점

 

SEIU

IG Metall

조직화로의 전환 주도

1980년 존 스위니 위원장 당선

2007년 데틀레프 베첼 부위원장 당선

조직 내부에서 집행

조직 전체의 우선 전략

선별적인 활용

목표와 대상

모든 단위와 수준에서 조직화 노조로의 전환

다양한 수준에서 주도적 흐름 형성

급진적 목표

유망한(현실적인) 목표

이주자, 여성 노동자 등

제조업 부문 내 미조직 노동자 집단(주로 남성)

전략적 포부

노조 재활성화를 위한 조합원 규모 확대

기존 조직된 부문에서 비어 있는 구멍을 채우기

자원 동원 방식

지부와 개별 조직의 특징 고려

지부와 개별 조직의 특징 고려

본부의 자원 동원 체계 구조적 전환

본부에서 지역에 추가로 자원 지원

파업

기존 작업장평의회 활용하기

미디어

법적인 보호장치

공공 자원

소셜 미디어

연합 형성

정치가들과의 연합

산업 차원(기업단위 노조조직 간) 연합

조직화 관점

동원 관점

모집 관점


제도적 제약: 비교 결과는 제도적 환경이 전략의 적용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두 사례에서 지역조직은 조직화 접근을 위한 자원을 모두 중앙조직에 의존했다. 그러나 SEIU는 본부의 자원 동원 구조를 급진적으로 전환한 반면, IG Metall은 제한된 기간에만 중앙조직의 자원을 지역조직에 지원했다. 또한, 법제도의 차이로 인해 SEIU는 파업을 주로 활용했지만 IG Metall은 기존의 작업장평의회에 기초한 전술을 사용했고, IG Metall은 SEIU와 달리 사업장 안에서 설명회를 열 수 있었다. 한편, IG Metall은 사업장 수준에서 더 많은 조합원을 모집하여 단체교섭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했고, SEIU는 지속적인 동원을 통해 파업 등 실천의 위력을 강화하여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IG Metall의 조직화 접근은 모집 관점에서 용이하게 설명할 수 있고, SEIU의 조직화 접근은 동원 관점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면접에 응한 중앙조직 간부는 ‘우리는 공통의 도구 상자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것의 사용 방식은 노조별로 다르다’라고 이를 표현했다.   

전략적 딜레마: 두 노조 내부에서 조직화 접근의 지위는 서로 다르다. SEIU에서 조직화 접근은 전략체계의 중심에 위치한 반면, IG Metall에서 이는 선별적으로 사용된다. 노조조직은 교섭과 조직화가 병행한다. 나아가 SEIU는 전체 노동조합 조직의 재활성화를 열망하며 조합원 규모 확대를 추진했지만, IG Metall은 조직화된 영역에 속해 있는 하위 집단에 대한 기존 노조의 책임성의 맥락에서 조직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SEIU의 조직화 사업은 여성이나 이주자 등이 주로 차지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목표로 하며 펼쳐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IG Metall은 조직된 부문의 대표성의 강화를 목표로 이미 다수가 조직된 제조업 부문 미조직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한편, IG Metall의 전략은 조직된 부문에서는 노사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미조직 부문에서는 갈등 지향적인 조직화 전략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딜레마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독일에서 조직화 전략은 지부, 지역조직, 작업장평의회 등의 다층적인 단위와 관련해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맥락을 구성했다.     

조직적 긴장: 두 노조의 경우 모두 조직화 접근의 수용이 조직 내부에서 상당한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본부의 방침과 지역조직의 일상활동 간 충돌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러한 조건을 우회하기 위해서 IG Metall은 조직화 접근을 특별부서와 일시적 프로젝트 형태로 실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IG Metall 내에서 조직화로의 집중 시도는 본부와 지역조직 간 자원과 책임성의 배분 문제를 두고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을 발생하도록 했다. 최근 IG Metall은 본부의 ‘조합원과 캠페인’ 부서를 해체하고 지역조직의 책임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또한 아래로부터의 논의 없는 상층의 결정이었다.     


토의와 결론


이 연구는 조직화의 이념을 이전 혹은 번역 시 조직적 긴장, 제도적 제약, 전략적 딜레마 등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변증법적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조직적 긴장과 관련하여 두 조직 모두 상층 주도로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를 전략으로 확립하는 과정은 추진했으며, 이는 본부와 지역조직 간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러한 긴장은 독일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것 같다. 작업장평의회의 독립적인 역할이나 지역조직의 자율성이 전통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도적 제약과 관련해서, 이 연구는 IG MetallSEIU의 전략을 도입하면서 강한 노사관계제도라는 자신의 환경적 조건에 적합하게 전략적 요소를 선별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IG Metall은 사회적 파트너십 전술과 캠페인 전술의 조화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IG Metall의 사례는 제도적 제약과 조직 내 긴장으로부터 야기되는 전략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IG Metall은 조직노동부문에서 파트너십 전술과 미조직부문에서의 공격적인 전술을 온건하게 조화시키고자 했는데, 이로 인해 조직 내부 변화에 대한 저항과 보수주의가 강화되어 급진적 혁신이 제한됐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 논문은 노조 혁신은 단지 목표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제도 및 조직이 야기하는 제약과 촉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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