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송사도 침묵하고 있는 프리랜서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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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송사도 침묵하고 있는 프리랜서의 비애

김종진 0 1,802 2020.11.07 21:48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 칼럼의 필자 원고(2020.11.6)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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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도 침묵하고 있는 프리랜서의 비애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일요일 우연히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를 보게 되었다. 그날 주제는 ‘언론의 편파 중계 본질’이었다. 검찰개혁과 언론 편파 보도 내용과 달리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마지막 5분이었다. 언론조차 침묵했던 방송사 PD의 죽음을 언급한 것인데, 14년 동안 일한 직원을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방송사의 당당함에 비애감이 느껴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공공부문 방송사는 43곳 정도 된다. 이들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과 지원업무 대부분은 비정규직과 프리랜서가 맡고 있다. 공공부문 방송사 전체 비정규직은 42%(6999명)나 된다. 소속 외 인력으로 파악하는 파견용역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13.3%였다. 비정규직 활용 직무 중 영상제작과 보도제작도 적지 않다. 자회사 비정규직까지 고려하면 더 많을 수 있다. 주요 방송사에서는 프리랜서 인력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회에서 방송 스태프나 작가 그리고 아나운서 등 프리랜서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변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2020년 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현황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매우 힘들었다. 제한적으로 지역 지상파와 비지상파 15곳의 고용실태는 심각했다. 비정규직(47.6%, 2470명)과 프리랜서(28%, 1452명) 규모가 전체 인력(5181명)의 75.8%나 된다. 사실상 공공부문 방송사 정규직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이다. 프리랜서 인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5곳이다. 프리랜서 10명 중 7명(1003명)은 여성이고, 20대와 30대 여성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작가나 아나운서, 리포터, 캐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직업군에서 여성만 프리랜서로 활용되는 직무가 16개나 된다. 

이 정도면 방송사는 청년여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착취하여 운영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랜서의 열악한 처우도 확인된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35)과 프리랜서(24.7)는 3분의 1 수준이다. 지역 지상파 프리랜서 월평균 소득은 180만3000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프리랜서가 절반이라는 것이다. 방송사 프리랜서의 성별 차별적 고용은 보수에서도 확인된다. 남녀 고용이 균형적인 곳의 방송사 작가 평균 임금은 186만원이었는데, 여성만 있는 곳의 작가 임금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여성 다수 프리랜서 직무인 리포터(98만3000원), 수어통역(122만3000원), 캐스터(120만2000원) 등도 저임금 고용구조와 맥을 같이한다. 반면에 남성 다수 직무인 조명(355만2000원), 편성(279만2000원) 등은 두배 이상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KBS와 MBC 계약서에는 ‘질병’과 같은 사유가 계약해지 조항에 포함되어 있다. 노동감수성은 단 1도 찾아볼 수 없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것은 프리랜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월적 지위관계를 통한 부당한 조항인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밑바닥을 보여준 단면이다. 영국 BBC(온라인 계약 체결), 캐나다 CBC(프로그램 조기 계약 종료 시 소득 보전)의 좋은 사례를 참조하면 좋겠다.

아마도 지상파 3사와 종편, 뉴스 방송, 케이블 방송, 지역 민방까지 포함하면 더 열악할 것이다. 대한민국 그 누구도 방송사 프리랜서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한 기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프리랜서는 직원도 아닌 출입자로 취급받으니까. 방송사는 주요 시설임에도 인력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조차 없었을 것이다.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폭언·폭행이나 성희롱 및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기사도 확인된다. 방송사 프리랜서의 고용구조와 노동환경 개선을 더는 늦출 수 없다. 최소한의 일하는 방식과 기준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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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060300055&code=990100#csidx67d33680701ae49aa1ca8f9043dd2d1 onebyone.gif?action_id=67d33680701ae49aa1ca8f9043dd2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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