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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비정규직 지원단체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안합니다!

김남근 955 2023.09.18 09:00

[연구소의 창] <비정규직 지원단체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안합니다!



작성: 김남근 변호사(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



통계청이 2022년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바탕하여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조합 조합원 수(조직률)는 265만 명(12.6%)인데, 이 중 정규직은 241만 명(18.9%)이나 비정규직은 28만 명(3.1%)에 불과하다.​1)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은 낮은 조직률로 이어지고, 기업별 노조가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역할은 한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와 산별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려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경주돼왔다.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의 임금·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원청·본사 사용자에게 하청·대리점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를 규정하는 소위 ‘노란봉투법’이라고 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 노력도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성과가 도출된 지자체의 ‘경비노동자 조직화 지원’


하지만 이러한 노동조합의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실에서는 인권과 불평등 완화 등 공익적 차원에서 비영리 지원단체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복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노동·인권운동가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각 지역 비정규직 지원단체들이 2012년 11월 29일 <한국 비정규직 노동단체 네트워크>를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편, 2010년대부터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이 ‘노동자복지센터’를 설립하여 법률상담, 취업알선, 인권교육 등 지원활동을 시작하였다. 2014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4개 구에 있던 노동자복지센터를 20개 구로 확산하고 이를 총괄하여 지원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하였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서울과 같이 경기도 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하고 각 시·군에 설치된 노동복지센터를 지원하는 행정체계를 구축하였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노동복지행정을 ‘복지’ 차원을 넘어 비정규직 ‘단결권 보장’이나 ‘조직화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나가기 위한 노력까지 경주해왔다. 이를테면 노동복지센터를 미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조직인 ‘Worker Center’와 같이 발전시키고, 이를 묶어 비정규직의 이해를 대편하는 역할을 하는 <Worker Round>를 출범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비정규직 조직결성의 대표적 사례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지원활동을 들 수 있다. 광주광역시 비정규직 지원센터는 2017~2018년 북구, 서구, 광산구 등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후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익위원회 결성 등을 거쳐 2018년 11월 <광주경비원 일자리협의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광주광역시 비정규직 지원센터>는 시와 협의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안정화 사업, 휴게공간 마련과 교대제 개편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추진하는 근로조건 개선 작업을 MOU 등을 통하여 하고 있는 것이다.​2) 이러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과 활동 지원은 광주광역시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도 등의 비정규직 지원센터에서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앙정부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지원활동 단체를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행정은 여전히 소극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위와 같은 노동권익센터나 노동복지센터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와 열악한 재정에 기반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근로자 권리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시발점으로 2016년 경기도와 광주광역시, 2017년 충청남도, 2018년 울산광역시, 2019년 인천광역시 등 12개의 광역시·도에서 노동자 권리보장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권익센터 등을 설립하였다.​3)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 공약을 내걸고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 대변단체를 만들기 위해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동회의소’ 설립을 공약하였다. 집권 후에는 이를 완화하여 비정규직 등 미조직 취약계층 지원조직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의 사회개혁이 대부분 그랬듯이 노동 분야 개혁도 지지부진하였고, 비정규직 지원단체 활성화 정책도 흐지부지되면서 관련 입법이나 재정체계 수립도 추진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재정이나 법률의 근거 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개혁 의지에만 의존해 추진하는 비정규직 지원 활성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2022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적인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러한 비정규직 지원단체 지원 행정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낙인찍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공격 정책에 편승하여 비정규직 지원 예산과 지원조직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비정규직 이해대변, 다양한 경로 모색해야


이제 이러한 비정규직 지원 단체 활동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행정에만 미룰 게 아니다. 국회 차원에서 ‘(가칭)비정규직 지원단체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입법화해야 한다. 법률에는 상담, 교육, 조직화, 복지, 공제 등 비정규직 지원활동의 유형을 정의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이러한 지원활동이나 지원단체를 정책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조례와 지방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지원활동 지원행정이 중앙정부 차원의 책임과 재정 뒷받침으로 확대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불안정하게 운영되는 노동권익센터나 노동복지센터 등의 비정규직 지원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그에 따라 장기적인 활동 목표와 비전 수립도 가능하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같이 스스로 노력만으로 조직화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행정적 지원을 통해 조직과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회의소, Worker Round, 산별노조 등의 논의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노동사회단체들도 기존의 노동조합 조직이 산별노조로 발전하여 산별노조의 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조직화 루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사례처럼 행정적 지원을 통한 조직과 활동 지원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방식을 모색하고 관련 입법 운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1)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2.8)결과-”, KLSI Issue Paper, 제180호(2022-19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2. 12. 1.
2) 광주광역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아파트 경비노동자 협의회 설립과정”, 2019. 2. 11. http://www.gjcitybg.org/
3) 정흥준,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방정부 노동정책의 과제와 전망”, 제24회 노동권익포럼(2022-1), 서울노동권익센터,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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