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안의 노동조합: 협동조합 내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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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안의 노동조합: 협동조합 내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고민

이정봉 708 07.11 09:00

[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안의 노동조합: 협동조합 내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고민



작성: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협동조합의 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2021년 말 기준 약 2만 2천개이고, 해산된 협동조합까지 포함하면 약 2만 5천개가 설립되었다. 기존 특별법 하에 설립된 농협, 신협,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이 아닌 2012년 12월에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해 생겨난 협동조합이다. 물론 숫자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협동조합의 기능이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의료, 교육, 환경 부문의 서비스 공급과 장기실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사회결합에 역할을 인정받아 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시 일부 국가에서 재정 안정성과 고용유지 능력을 보이며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우리나라도 이제 ‘FC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인 거 아세요?’ 하던 시절을 지나 협동조합운동과 노동조합운동 간의 협력이 논의되는 시대다. 두 운동이 연대한 사례는 흥미롭고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만든다. 더 많은 실험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 협동조합 내 노동분쟁을 보면 넘어야 할 산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자본이 취약한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설립한 조직으로서, 사업체이지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인간 중심적인 운영을 지향한다. 주식회사와 같은 ‘1주 1표’처럼 자본이 지배하는 방식이 아닌, ‘1인 1표’의 의사결정방식이 대표적이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방향성 역시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의 운영에 참여를 높이기 위한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협동조합에서 노동분쟁이 발생하는 걸까? 조직 내 갈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면, 협동조합 내 노동분쟁이 왜 장기화되는지에 대한 해답이 더 핵심에 다가설 수 있다. 어느 질문이든 짧게 답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사례별로 조건과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마리를 찾는다면, 협동조합 내 ‘민주주의’가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또는 대의원 총회에서의 1인 1표의 의사결정은 조직 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방식이지 그것 자체로 민주주의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조직 내에서 문제 제기가 있으면 이를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민주적 운영의 시작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한 상당수는 자신들의 문제제기가 조직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 노조 설립으로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노조 설립 이후 노동자에 대한 인사이동‧징계‧고소는 노동자들이 왜 노조를 만들었는지는 덮어버리고, 진실 공방 싸움으로 전도시킨다. 


수천 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하는 협동조합, 수백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협동조합, 수십 개의 사업체가 상호 출자하여 운영된 협동조합… 이런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이 경영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연히 조합원들이 경영진이나 실무자만큼 현안을 이해하고 있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민주적 통제’는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거대 규모의 협동조합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총회에 앞선 조합원 토론, 조합원에게 정보공개, 고용된 직원들에게 설명회 등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취한다. 이러한 노력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조합원이 경영진을 진정 견제하고 통제하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대표인 이사가 최고경영자에 지배당하는 문제에서 협동조합이 어느 정도 자유로울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한편 ‘협동조합 내 노조 설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협동조합인의 시각도 발견된다. 협동조합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도 아니고, 1인 1표로 운영되고, 조직 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노조가 왜 필요한가를 반문하기도 한다. 가능한 주장이다. 노조가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이 고용되어 있는 직원들에게도 적용되는가 여부다. 협동조합 조직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합원의 민주적 결정은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할 수도 있고,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는 조합원의 ‘민주적 결정’에 의해 묻힐 수 있다.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은 어떨까?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역할만 다를 뿐 대등한 관계를 강조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이 조합원과 고용된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반면, 노동자협동조합은 조직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이 분리되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의 이해관계 구조가 조직 민주주의를 담보해 주지 않아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몬드라곤협동조합에서 노동자들이 ‘고위직’과 ‘하위직’이란 단어를 빈번히 사용하고, 이사회를 노동자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민주적 기관으로 여기기보다 경영통제 기구로 인식하는 모습을 드러낸 카스미어의 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내 노동분쟁이 협동조합운동과 노동조합운동 간의 장벽이 될지 아니면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지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두 운동의 연대를 기대하며 우선 협동조합운동에 대한 나의 고민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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