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사회_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발표_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Lei Delsen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교수. 정희정 영국 켄트대학교 교수
토론_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 일시: 2018년 7월23일(월) 16시~18시
▶ 장소: 코엑스 컨퍼런스룸, 209호 A,B
▶ 주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 주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민주노총
사회 지금부터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2018년 서울 세계대회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성공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조의 대응”입니다. 한국과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영국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조의 대응에 대해 세 분께서 귀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존중되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위한 과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발표 1] 노동시간 단축 관련 쟁점 및 제도 개선 과제 _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반갑습니다. 한국 사례 발표를 맡은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주호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문제와 더불어 최근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노동 이슈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한국에서 노동시간 단축 이슈가 전개되어온 과정과 현재 시점에서의 쟁점, 그리고 정책 과제와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국의 장시간 노동 현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에서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을 가진 국가로 잘알려져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 연간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92시간보다 약 379시간이 더 깁니다. 또한 주 49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경우가 전체 노동자의 32.0%로 독보적으로 많습니다. 노동시간이 이렇게 긴 반면 노동생산성이나 노동소득분배율은 OECD 회원국들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OECD 국가들 의 노동자들과 비교해봤을 때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편인 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1년에 약 770시간을 더 일합니다. 연간 노동시간으로 이야기를 하면 잘 체감이 되질 않는 것 같아, 일 단위로 계산해 봤더니 96일, 3달 이상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47일, 즉 2달 가까이 더 일하는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04년 법정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조정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부의 편법적인 행정해석으로 연장노동 포함 주68시간까지 가능했고, 노동시간 특례업종 등 광범위한 예외가 설정되면서, 법 개정에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반감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10년에는 노사정위원회에서 2020년까지 연간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데 노사정이 합의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아무런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최근에 연장노동 포함 주52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다섯 가지 쟁점
다들 잘 아시다시피, 올해 노동시간 단축 관련 법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연장근로 포함 주당 노동시간 법적 상한을 52시간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감축하게 됐고, 휴일근로의 임금할증률을 8시간 이내 50%, 8시간 초과 100%로 명확히 정했으며, 노동시간 특례업종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또한 관공서의 공휴일을 민간 기업의 유급휴일로 의무화했습니다. 이러한 법 개정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의 계기를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휴일근로수당의 중복할증을 배제하면서 할증률이 200%에서 150% 삭감되었다는 점, 그리고 개정법의 단계적 실시와 5개 특례업종의 존속 등으로 법 개정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규모가 크다는 점, 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확대가 우려된다는 점 등이 부정적인 측면이나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이뤄진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크게 5가지 부분에서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2004년 이미 주 40시간제도가 도입되었고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음에도, 또 다시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장근로 포함 주52시간 상한에 대해서 6개월 처벌 유예기간을 두었다는 점입니다. 유예기간을 강조하기보다는 근로감독을 강화하여 원래 법 취지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둘째, 최근 경영계가 제기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의 법정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라는 요구와 관련된 쟁점입니다. 세계 최고의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된 상황에서 외국 사례를 단순 비교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을 확대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허영 범위 확대를 둘러싼 쟁점입니다.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때,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주 12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경영계는 이의 범위를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재난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넷째,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임금 보전과 노동강도 강화 등과 관련된 쟁점입니다. 일부 기업에서 인원 충원 없는 노동강도 강화, 물량의 외주화, 명목상 휴게시간 설정, 노동시간 통제 강화 등으로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무력화려는 편법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적정 임금 보장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 있도록 이런 부분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섯째, 포괄임금제도와 관련된 쟁점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포괄임금제도는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여 지급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임금 지급방식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 역시 이와 관련된 개선책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포괄임금제도의 확대 계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포괄임금제 금지와 근로시간 기록의 의무화’를 요지로 하는 국회 발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 개선 과제와 노동의 대응 방향
이제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 이후의 행정 및 제도적 개선 과제와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 제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행정 및 제도적 개선 과제와 관련된 제안입니다.
첫째, 2004년 주 40시간제도가 도입됐고, 2010년 연간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자는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노동현장에서는 편법과 위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연장근로 포함 주52시간 상한에 대해서
도 지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부가 철저한 근로감독과 구체적인 행정지도, 강력한 처벌 등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바꿔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를 위한 법 개정과정에서 5개 업종은 왜 폐지가 안 되었는가 의문입니다.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5개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규모는 112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5개 특례업종도 조속한 시일 내에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방침을 추진해야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하고,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들이 조속히 제출되어야 합니다. 넷째, 현재 기본급의 비중은 낮고 수당의 비중은 높은 기형적인 임금체계는 장시간 노동구조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오늘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노동운동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용자측에 요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건강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교대제도 개편, 밤 근무 노동자보호 방안 마련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사용자들의 노동현장과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노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또한 특례업종 폐지와 농림축산업, 경비 등 적용 제외 대상의 폐지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에 연대해야 하고, 노동시간 근로계약서 명시 의무화와 노동시간 공시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휴일휴가 연속 사용권을 확보하여 ‘장기간 휴가’ 보장되도록 노동현장의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은 한편으로 노동의 유연성 확대를 요구하는 사용자측의 공세, 노동자에 대한 자본주의 문화의 포섭 공세 등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노동 측에서는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사회보장이 강화되도록 하는 투쟁,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확대되도록 하는 투쟁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긴 시간과 공간에 올바른 노동자 문화가 자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대안적인 문화운동, 생활운동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삶과 가치에 기초한 전략조직화사업계획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셋째, 지금까지 말씀드린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서 추진해야 하는 과제들은 기업별 교섭을 통해서는 쟁취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산업별 단체교섭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무형태 조정이나 교대제 개편, 산업 차원의 임금 논의 등을 통해 현재의 기업별 교섭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차원의 협상을 강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여 주 30시간제도 도입 투쟁을 준비하고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이 외친 구호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노동시간 단축이 그러한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현장에서는 상당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혼란을 빌미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후속 대책과 구조개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상수로 두고, 임금, 생산성, 일자리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추진과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과거와 현재와의 투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투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발표 2] 유럽의 근로시간과 임금 _Lei Delson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교수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건강,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개인의 지갑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독일 금속노조 위원장 요그 호프만Jörg Hofmann의 선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수년간 유럽에서는 집단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사정에 맞춤한 결정을 통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즉,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개인 맞춤형tailor-made agreements’ 선택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했고, 고용주들은 이에 대해 대해서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노동강도의 증가, 그리고 역선택의 문제, 즉 생산성이 높은 일부의 노동자들만 이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독일에서는 새롭고 획기적인 변화였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한편, 독일의 노동조합은 이러한 생애주기 맞춤형 선택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첫 발 담구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즉, 이를 통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논의를 재활성화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 세대 협약의 성과와 한계
이제 본격적으로 네덜란드 상황에 대해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근로자들이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노동시간을 저축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삶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그런 한편으로, 저와 동료들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들만 휴가의 자유로운 사용, 원하는 근로시간의 선택, 또는 조기퇴직의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의 생애주기 맞춤형 협약은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힘의 불균형, 근로자 간,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요컨대 “지갑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라는 앞에서 인용한 선언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66세 정도가 퇴직 연령입니다만, 아마도 다음 세대들은 70세 이상까지 일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대수명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에서는 높은 노동강도 속에서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세대 협약Generation Pacts”이라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세대 협약이란 개인 생애주기 맞춤형 협약의 일종으로, “고령 근로자(57세 이상)가 건강하게 오래 일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과 “더 많은 청년층(35세 미만)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고용자의 동의 필요)” 두 가지의 목표를 지향하도록 설계된 단체협약 정책입니다. 즉, 고령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임금 공간의 절감분을, 고령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젊고 새로운 인재들의 채용에 사용토록 하는 것입니다. 세대 협약은 고령의 노동자들이 은퇴를 급격하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맞이하도록 하고, 정리해고를 대체하며, 조직내 지식과 전문성의 유실을 막고 이것이 새로운 직원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제 금속, 병원, 지방정부 등의 부문에서 발생한, 세대 협약을 포괄하는 단체협정의 사례들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민간부문 금속 제조업의 타타철강Tata Steel 사례입니다. 종업원 수 9천 명가량인 타타철강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세대 협약이 적용되도록 하는 단체협정에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이 협약에 따르면, 고중량 작업을 하는 저임금 구간의 근로자들은, 퇴직을 앞두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퇴직 연령 이전 최대 5년 동안 기존과 비교해 50%의 노동시간 동안 작업을 하고 기존 임금의 90%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임금 구간의 근로자들은 마찬가지 조건에서 77%의 노동시간 동안 작업을 하고 기존 임금의 90%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추가 일자리를 약 50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둘째, 공공부문인 지방정부 사례입니다. 여기서는 노동자들의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던 민간부문의 타타철강과 달리, 이 사례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여러 개였습니다. 지방정부 종사자 16만여 명을 포괄하는 이 단체협정은 노동자들이 퇴직 연령 이전 최대 10년 전에, △‘80% 근로시간 - 90% 임금 - 연금 납입 100%’ △‘70% 근로시간 - 85% 임금 - 연금납입 100%’ △‘60% 근로시간 - 80% 임금 - 연금 납입 100%’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이 협약을 통해 2017년과 2018년 약 2천 개의 청년층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편으로는 임금을 일부 삭감함에도 연금 납입액은 기존과 동일하게 함에 따라 참가하는 노동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병원부문의 사례입니다. 병원 종사자 약 20만 명을 포괄하는 이 단체협정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적용됩니다. 이 협약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0세 이상의 노동자들은 퇴직 이전 최대 7~8년 동안 세 가지 방안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80% 근로시간 - 90% 임금 - 연금 납입 100%’ △‘60% 근로시간 - 80% 임금 - 연금 납입 100%’ △‘50% 근로시간- 75% 임금 - 연금 납입 100%’ 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나아가 보다 세부적으로는 연금 납입액도 100% 이외의 비율을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협약은 고령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담당자가 공백 상태가 된 업무는 다른 동료에게 맡기도록 하거나 아니면 중단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원 증가 없이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2천 개의 추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의 세대 협약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이미 일을 하고 잇는 고령의 노동자들의 건강,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대 협약을 맺으면 고령 근로자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므로, 실업 상태의 고령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취업 기회의 감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둘째, 나아가 청년층을 위한 추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세대 협약을 통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임금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고령화됨에 따라 고용주들이 직원의 연령대를 전반 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세대 협약이 그와 별개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셋째, 노동시간 단축이 주 1일 정도일 경우, 새로운 인원의 충원보다는 동일한 노동을 더 짧은 시간 안에 하는 방식, 즉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할 여지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대 협약은 노동자 임금의 감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동시간이 연장된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에서는 최근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오스트리아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GPA-djp는 노동시간 단축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당시 GPA-djp는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하고 임금은 100% 지급할 것을 단체협약 요구로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사용자들의 노동시간 유연성 강화 공세가 거세졌습니다.
최근 사용자들은 특정 조건 아래서 하루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연장하고, 6주간의 유급 연차휴가 사용에 대해서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수용하여 국민당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부와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연합세력은 하루 노동시간 한도를 10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리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 한도를 50시간에서 60시간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나아가 이 개정안은 노동자가 동의한다면, 초과근무수당을 감소하는 방안도 담고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노총은 이에 반대하여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2018년 6월 30일에는 수도 비엔나에서 8만~10만 명가량이 참여하는 결의대회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2018년 7월 5일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9월 1일부터 발효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GPA-djp에는 ‘여가선택권leisure option’이라는 협약이 있는데요. 노동자들이 총 4회에 걸쳐서 임금인상 대신에 여가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사용자의 승인 아래 50세 이전에 2번까지 적용 가능합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3% 임금인상 대신에 약 월간 5시간, 연간 60시간의 여가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자발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가선택권은 2013년 최초로 직장평의회가 있는 기업에서만 기업협약을 통해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직장평의회가 없는 기업에서도 노조의 협상을 통해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까지는 교육수준이 높고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주로 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에 성공한 독일노조
마지막으로, 독일의 금속노조(IG Metall) 사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독일 금속 노사가 이룬 성취는 파이낸셜타임즈에서도 ‘보다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의 승리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또한 독일금속노조는 그동안 억제됐던 임금인상도 달성했습니다.
먼저, 임금인상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독일에서는 몇 년간 임금인상이 억제됐습니다. 그럼으로 인해 생산성과 임금인상이 괴리된 상태에서 최근에 경기 호황을 맞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금속노조는 사용자 측과 여러 차례의 협상과 24시간의 파업 끝에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인상률을 달성한 현재의 임금협약을 맺게 됐습니다. 이 협약은 2018년부터 27개월 동안 금속 및 전기 부문의 90만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적용됩니다(독일금속노조 조합원 수는 약 230만 명). 그 주요 내용은 △임금인상률 4.3%(연간으로 환산 시 1.91%) △2018년 1분기에 100유로 지급 △2019년부터는 경제 상황에 따라 월 급여의 27% 추가 지급과 연간 400유로 지급 △월급여의 12%를 27개월 분할 지급 등입니다.
다음으로, 독일금속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단시간 전일제 정규직’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단축된 전일제 정규직short full-time work’ 근로자는 시간제가 아님에도 주 28시간만 일하고,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임금으로 보상받지는 않는 대신 8일의 휴일free day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어린 아이나 고령의 부모를 돌봐야 하는 노동자, 교대 근무자 등과 같은 특정 집단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개인은 2년 동안 이러한 모델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2년 후에는 기존의 정규직(주 35시간 근무자)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사용자는 숙련 근로자가 부족할 때 보다 많은 근로자들에게 주 40시간 계약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도입은 일과 삶의 균형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이 제도는 노동자들의 소득에 따라 선택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으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사례에 대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표 3] 영국의 장시간 근무와 초과 근무: 정책과 노동조합의 역할 _정희영 영국 켄트대학교 교수
의미 있는 주제로 발표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영국의 근로시간 양상과 최근 정책적 이슈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장시간 근로를 누가 왜 하고 있는지, 장시간 근로와 임금은 어떤 관계인지를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노조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발표를 하기 전에 영국 노조의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신자유주의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영국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공공의료서비스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지국가가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대처가 장기간 집권하면서 노동권이 크게 후퇴하고 공공서비스가 상당부분 파괴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과거에 50%대였던 노조 조직률은 현재 25%로 줄었고, 80%에 육박했던 단체교섭 적용률 역시 25%가량으로 감소했습니다. 노동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감소한 것이죠.
이제 영국의 근로시간 양상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료집의 연간노동시간 비교표를 보시면, 영국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전일제노동자만 한정해서 보면, 영국은 유럽 내에서는 가장 길게 노동을 하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전일제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영국은 42.1시간입니다. 또한 영국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에는 17.0%로 떨어졌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45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비중이 전체의 23.8%가량이었습니다. 한편, 노조에서 집계한 통계자료에서는 이러한 감소 추세가 잘 나타나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국의 연간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이유는 출산 이후 여성들을 중심으로 파트타임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 16시간 이상 3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중이 1990년대 초반에는 15%가량이었는데, 최근에는 2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은 거의 50%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03년부터 유럽연합의 근로시간 지침을 통해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초과근로 포함 최대 주당 48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주 48시간을 넘어서는 “모든 종류의” 초과노동이 법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초과근무가 대기 근로, “자발적” 비급여일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지침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연간 최소 4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토록 하고 있는데, 지침 도입 당시 이 부분이 영국 내에서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시간 규제가 ‘탈퇴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만약 근로자들이 고용주와 합의하여 탈퇴 조항을 선택하고 노사가 서명하게 되면, 합법적으로 주 48시간을 넘어서는 초과노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 지침 도입 이전 영국법의 전통에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노동자들이 서명하지 않은 채 주 4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서 정부 통계상에서 4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비중이 1990년대 23.8%에서 최근에는 17.2%로 감소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를 남녀로 구분해보면, 같은 기간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 37.4%에서 24.3%로 실질적으로 감소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10%가량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노총TUC의 노동력조사LFS에 따르면, 2010년과 2017년을 비교했을 때 유럽연합의 법적 규정을 위반하고 주당 48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노동자들 약 296만 4천만 명에서 약 342만 2천 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2017년 342만 2천 명은 전체 노동인구의 12.8%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또한 런던의 경우에는 전체 노동인구의 16%가 주 48시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주 48시간 이상의 무급 초과노동을 누가 하고 있는가
이제 누가 과연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사업장고용관계조사WERS 자료를 보면, 주 48시간 이상 근로자는 전체의 13.5%입니다. 남성 노동자 중에서는 19.6%이고, 여성 노동자 중에서는 7.5%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별로 구분해보면, 운송업, 건설업, 교육부문, 제조업 등에서 장시간 노동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운송업의 경우 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율이 25% 가까이 됩니다. 또한 직종별로 구분해보면, 관리자, 기계조작, 전문직 등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오늘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시간 노동과 임금과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영국노총은 장시간 노동 일반보다 만연해 있는 ‘무급 초과노동’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매해 2월 22일 또는 23일에 영국노총은 “당신은 오늘부터 일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보냅니다. 1월 1일부터 2월 22일까지는 무료로 노동했고, 2월 23일부터 비로소 유급 노동이 시작된다는 것이죠. 2017년 기준으로 영국 노동자들의 무급 초과 노동시간은 20억 시간이고, 이는 312억 파운드(현재 기준 한화 약 46조 원에 상당)로 환산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무급 초과근무의 대부분은 주 48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주로 관리직들과 전문직들, 그리고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008년-2010년 경제위기 당시 보수정당이 공공부문의 예산을 크게 삭감하면서, 현재 공공서비스 종사자의 절반가량이 이러한 삭감된 예산 아래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에서 무급 초과노동이 만연하게 된 것이죠. 현재 공공부문 종사자는 전체 노동자의 25%가량인데, 전체 무급 초과노동의 39%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종별로 보면 금융기관 관리자(57.7%), 교사 및 교육 전문가(51.8%), 법률전문가(48.0%), 부서 관리책임자(45.1%), 운송 및 물류관리자(39.35), 그리고 의료 및 돌봄서비스 관리자(38.7%) 등의 다수가 무급 초과노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무급으로 초과노동을 하는가? 결국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정규직들조차도 취업 후 첫 2년 동안은 해고로부터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작습니다. 비정규직들은 물론이고 정규직들도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장시간 노동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장시간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됐다는 것이죠.
실제로 조사결과를 보면, “이 직장에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장시간 일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교육부문은 50% 가까이 됩니다. 기타 부문, 판매업, 건설업, 금유업 등도 40% 이상이 그러한 응답을 했습니다. 또한 직종별로 보면, 전문직과 관리직, 준전문직, 판매 및 고객서비스직 등이 상대적으로 이러한 주장에 높은 동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조건을 통제해서 분석해보면, 상용직이나 자신의 직업안정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말에 동의할 가능성이 감소했습니다. 또한 고소득자일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한다고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한편, 노조대표자일 경우 장시간 일해야 한다는 말에 일반적인 경우보다 동의할 가능성이 감소하지만, 노조 조합원일 경우에는 오히려 일반적인 경우보다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노조의 역할과 관련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연근무제도의 사용권을 강조하는 영국노총의 대응
이제 노조의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잠시 말씀드렸듯, 영국노총은 사실상 장시간 근로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장시간 근로보다는 무급 초과근로에 초점을 두고 있죠. 그래서 2월 22일을 “당신의 진짜 노동시간의 날Work Your Proper Hours Day”로 정해서 무급 초과근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고, ‘무급 초과근무 계산기1’를 만들어 온라인에 배포하고 또한 급여를 청구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파업하기 전에 준법투쟁 형태로 ‘초과근무 하지 않기’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다들 잘 아시다시피 내년 5월이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Brexit하는데요. 만약 그렇게 됐을 때 2003년부터 적용해온 유럽연합 노동시간 지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최근에 가장 큰 화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유럽연합을 탈퇴하더라도 노동시간 지침은 유지하자는 주장을 제시하면서 이 부분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영국노총은 최근 ‘영시간 근로계약zero-hours contact’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고용주가 부를 때마다 와서 일해야 하는 근로계약이 상당히 보편화돼서, 현재 영국에서 1백만 명가량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플랫폼 노동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직종, 예컨대 대학교 시간강사들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들에게 불안정과 저임금의 문제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의 주제들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임금의 문제입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해도 빈곤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거죠. 영국은 2007년 이후 임금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가인상률에 임금인상률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속한 대학부문은 2007년 이후 실질임금이 20%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른 산업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과거 10%밖에 안 됐던 아동빈곤률이 최근에는 25%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자선단체를 통해 식량을 보조받는 빈곤가정에 속한 이들이 1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임금을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어떻게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여기서 영국노총은 생활임금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최저임금이 현재 시간당 1만 원가량인데, 영국노총은 런던의 경우 시간당 1만 5천 원가량, 다른 지역은 1만 3천 원가량으로 생활임금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장시간 노동 문제는 성평등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 전체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을 이탈한 수많은 고급 여성 인력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들여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존 연구를 보면 노동자에게 장시간 근로를 기대하는 직종은 성별 임금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고, 특히 출산 후 여성들이 일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유연근무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출산을 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합니다.
영국노총에서는 이러한 유연근무 청구권을 고임금 고숙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들까지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 조직화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20대와 30대 저임금 노동자들, 특히 남성들이 이러한 권리를 어떻게 하면 사용하도록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영국노총의 대응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장시간 노동과 임금을 연결지어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는 부분, 그리고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률이 매우 낮아서 다양한 가족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서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1]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저는 건설산업연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당 최대 52시간 한도가 적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이 건설산업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세 가지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고 산업안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휴일노동 등 최악의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건설산업 같은 경우 공사 기간 동안만 사업장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잘 적용되지 않았는데,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건설현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건설노동자도 저녁과 휴일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노동시간이 줄면 사람을 늘려야겠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과 저항은 매우 거셉니다. 자본의 전략적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먼저, 제도의 안정화를 저지하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처벌 유예를 얻어냈죠. 다음으로, 노동현장에서 다양한 꼼수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의 의도와 취지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지난 5월 31일에는 우리나라 건설업계 사용자들이 7천여 명이 모여서 주 52시간을 반대하는 취지의 결의대회를 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는데요. 미루어 짐작하건대 지금 경영계 측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맞춰 생산체계와 인력관리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정관리 변경 등 노동시간 단축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과 관련된 논의들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