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8년 연구과제인 『금융노조 모바일 조합원 실태조사』(김종진·정경은·박관성·윤자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2018) 보고서를 요약한 것이다.
Ⅰ. 머리말
촛불항쟁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향후 4년 동안 시행해야 할 100대 국정과제에 의미 있는 노동정책의 지향을 담고 있다. 주요 국정과제 중 ‘노동존중사회’(63번), ‘차별 없는 일터’(64번), ‘휴식이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 균형의 실현’(71번)이 들어가 있다. 이 과제들의 세부 내용에는 감정노동 해소와 노동시간 단축이 포함되어 있고, 두 정책 모두 지난 10월 18일 감정노동 관련 법률(산업안전보건법 26조2), 7월 1일 52시간 장시간 관련 근로시간 단축 법률(근로기준법 2조와 연장근로제한 53조)이 시행되었다.
금융노조 또한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했고, 이 결과는 2018년 노동조합의 산별노조 정책자료로 활용되었다. 노동조합의 정책과제 중 감정노동과 노동시간 단축은 몇 가지 쟁점이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동영역은 ‘육체노동’과 일부 ‘정신노동’에 국한되었으나, ‘감정노동’(emotional labor)과 같은 영역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영역에서는 장시간 노동 및 휴게시간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고, 감정노동 영역에서는 휴식시간, 휴게공간, 업무중지권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2018년 금융노조 조합원 인식조사는 노동조합의 주요 조사 필요성과 내용에 맞추어 두 가지 범주로 진행되었다. 첫째, 최근 전 사회적 쟁점과 이슈인 감정노동, 불쾌한 언행(성희롱, 폭언폭행), 직장 내 괴롭힘 파악이다, 둘째, 금융산업 현장의 일과 삶의 균형 문제와 연동하여, 장시간 노동, 휴게시간(점심시간), 연장근로시간 조사이다. 조사는 2018년 6월 3주 동안(2018년 6월 18일∼7월 2일) 모바일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모집단은 금융노조 전 조합원(93,152명, 2018년 기준)을 대상으로 했으며, 조사표본은 총 18,036명으로 수거율은 19.4%(오차율 95% 신뢰수준 ± 0.66)였다.1)
Ⅱ. 금융노동자 노동실태와 특징 - 일과 삶의 균형
1.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실태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WLB)을 파악하기 위해 1주일 평균 일하는 일수(주7일 기준)와 근로시간(출근시간, 점심시간, 휴게시간, 퇴근시간)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첫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1주일에 평균 5일 정도 일을 하고, 평균 52.4시간(1주일 평균 연장근로 3.2회)의 장시간 노동(52시간 초과 비율 43.7%)을 하고 있었다. 둘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연장근무시간 중 보상 받는 시간은 1주일 평균 3.1시간에 불과하고, 94.4%는 연장근무 자체를 보상 받지 못하고 있었다. 셋째, 과로사 위험의 기준은 1주일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넘을 경우 인데,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주 60시간 이상 비율은 7.4%나 된다. 넷째, 금융산업 노동자 82.4%가 오전 8시 30분 전에 출근하고 있으며, 60.1%가 오후 7시 이후 퇴근하고 있다. 다섯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법정유급연차휴가(1년 이상 15일) 사용이 6일에 불과하고, 특별휴가(3.6일)를 포함하더라도 휴가는 9.6일에 불과한 상황이다.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총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도 확인된다. 첫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82.4%가 오전 8시 30분 전에 출근하고 있으며(오전 8시 이전 출근 34.1%), 퇴근은 60.1%가 오후 7시 이후에 하고 있다(오후 8시 이후 퇴근 18%).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직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약 11시간이나 된다. 둘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직장에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휴게시간 60분 정도를 제외하면 약 11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1주일 평균 12.4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면서 연장근로 미보상율은 94.4%(미보상 11.1시간)나 된다.
이처럼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수행의 핵심은 조기출근과 연장근무인데,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휴일 휴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설문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첫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일상적인 연장근무 이유(1순위)로 △담당 업무량이 많아서(47.8%), △부서 자체 인력부족(22%)을 꼽았다. 둘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연차휴가 등을 사용 못하는 이유(1순위)로 △부서 내 인력부족(25.5%), △휴가사용으로 주위 동료에게 업무 전가(24.6%)로 응답했다. 게다가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퇴근 후 업무지시를 받는 비율이 1.8회(3회 이상 21.3%)였고, 주로 SNS 업무지시가 80.3%였으며, 휴일휴가 때 업무지시는 66.1%(3회 이상 21.3%)였다.
[표 1] 금융산업 노동자 인력 및 일자리 주요 문제점
금융노조 인력 문제 | 금융노조 인력 주요 쟁점 |
---|---|
∙부서 인력 ‘10∼14명’ 36.6% ⤷ 인력부족 해결 방법 : 동료 업무 수행 78.3% ⤷ 인력부족 애로사항 : 근로시간 증가 32.3% ∙부서 인력 충원 2명 필요 37.9% ⤷ 신기술 도입 위기감 59.5% | ∙ 인력부족으로 점심 굶음 1.9회 ⤷ 3회 이상 21.5% ∙ 인력부족으로 소화기계통 질환 ① 병원 진단 및 치료 22.2% ② 치료 못함 26.8% ∙ 점심시간 동시 사용 필요 56.9% ⤷ 사용 시간대 12시∼13시 50.1% |
한편 금융산업 일터의 인력부족과 일자리 인식 파악을 위해 부서 인원, 인력부족 대처 방법, 애로사항, 충원 인력 문제 등을 조사했다. 첫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현재 부서·영업점·팀의 평균 인력은 10∼14명(36.6%, 10인 미만 29.8%)이 가장 많았고, 인력부족으로 추가적으로 충원해야할 인력의 경우 2명(37.9%) 정도가 가장 많았으며, 1명(30.7%)과 3명 이상(31.4%)의 비율도 비슷했다. 둘째, 현재 부서 인력부족 현상의 대처 방법은 “다른 동료가 업무를 수행” 하는 현실(78.3%)이었고, 인력부족으로 주된 애로사항은 “근로시간 증가”(32.3%)를 꼽았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과다한 업무와 인력부족으로 1주일 평균 1.9회 정도(3회 이상 21.5%) 점심식사를 굶고 있었다. 셋째, 이런 이유로 소화기계통의 질환을 겪어 병원에 진단과 치료를 받은 비율이 22.2%(치료 못함 26.8%)였고, 점심시간 동시사용 필요성(56.9%)과 함께 절반 가량은 12∼13시 사이(50.1%)에 사용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Ⅲ. 금융노동자 노동실태와 특징 - 폭언폭행 및 감정노동
1. 금융산업 폭언폭행 및 성희롱 현황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폭언폭행 및 성희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내외부 가해자(동료, 상급자, 고객), 상황대처 및 해소프로그램으로 구분하여 조사했다. 첫째, 폭언 경험은 고객으로부터 31.4%(3개월간 4.5회), 상급자로부터 13.3%(3개월간 4.6회), 동료로부터 13.3%(3개월간 4.5회)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 둘째, 폭행 경험은 고객으로부터 1.2%(3개월간 2.8회), 상급자로부터 0.7%(3개월간 3.4회), 동료로부터 1.3%(3개월간 3.2회) 경험한 것으로 확인된다. 셋째, 성희롱 경험은 고객으로부터 3.9%(3개월간 2.9회), 상급자로부터 2.4%(3개월간 2.7회), 동료로부터 3.0%(3개월간 2.6회)인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불쾌한 언행을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경험한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괴롭힘의 대상자는 고객 14.2%(3개월간 5.7회), 상급자 6.2%(3개월간 5.7회), 동료 13.3%(3개월간 4.5회)인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상급자로부터 폭언폭행 등을 경험(43.9%)해도 해결이 안 될 것 같다고 인식(44.3%)하고 그냥 참고 넘기는 상황이다. 일터에서 폭언폭행 피해를 담당하는 상담 창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 비율이 36.2%였고, 대처 혹은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 교육을 받은 경험(35.6%)이 낮았고, 휴식 및 휴가 적용(4.1%)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표 2]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폭언폭행 및 성희롱 실태
고객으로부터 | 동료로부터 | 상급자로부터 |
---|---|---|
⤷ 폭언 31.4% (평균 4.5회) ⤷ 폭행 1.2% (평균 2.8회) ⤷ 성희롱 3.9% (평균 2.9회) ⤷ 괴롭힘 14.2% (평균 4.2회) | ⤷ 폭언 13.3% (평균 4.5회) ⤷ 폭행 1.3% (평균 3.2회) ⤷ 성희롱 3.0% (평균 2.6회) ⤷ 괴롭힘 13.3% (평균 4.5회) | ⤷ 폭언 13.3% (평균 4.6회) ⤷ 폭행 0.7% (평균 3.4회) ⤷ 성희롱 2.4% (평균 2.7회) ⤷ 괴롭힘 6.2% (평균 5.7회) |
2. 금융산업 감정노동 및 CS 모니터링 현황
2018년 실태조사는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실태 파악을 위해 감정노동 격차(부조화), 조직 내 경험 및 제도 실태 등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첫째, 지난 6개월 사이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대우(2.8점, 4점 만점 기준)를 경험했고, 고객과의 갈등(2.7점)도 있었으며, 이런 이유로 실제 자신의 감정과 겉으로 드러내야 하는 감정 불일치(감정노동 격차/부조화 3.5점)를 겪고 있었다. 둘째, 지난 6개월 사이 다양한 감정노동을 수행하면서도 직장 내 적절한 조치(2.4점)나 감정노동 해결 제도개선 경험(2.4점)도 미약했고, 본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권한(2.2점)은 낮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 현장에서 감정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화는 더딘 편이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 금융산업 관련 6개 법률에 고객응대 종사자의 보호 조치가 법률에 통과되었음에도 현실에는 평가와 모니터링 등에 의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첫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지난 6개월 사이 직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 경험이 절반(51.7%)이나 되었고, 수용한 이유는 고객의 협박위협(35.4%) 때문으로 이로 인해 근무의욕 저하(38.1%)나 업무지연과 방해(30.6%)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둘째, 금융산업 노동자들은 일상화된 금융권의 CS 평가가 고객서비스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인식(100점 만점 중 28.2점)하고 있었고, 실적평가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인식(100점 만점 중 24점)하고 있어, 제도개선 필요성(폐지 31.3%, 인사평가 반영 규제 19.5%)을 갖고 있다.
Ⅳ. 맺음말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접근법에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연간 노동시간이 2,052시간(201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후, 노동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최소인력, 낮은 기본급)을 경제적 가치로만 접근하면서 장시간 노동체계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2000년대부터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시작되면서,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주40시간)를 도출하였고, 은행권에도 주5일제가 시행되었다.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주52시간 상한제, 2018.7.1)하고 휴일휴가 사용(1년 미만 노동자 유급 연차 11일, 2018.5.1)이 확대하였다. 현재 장시간 노동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정책과 노사관계에서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산업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첫째, ‘일터에 구속된 노동시간’ 해결(조기출근&연장근무 → 52시간 장시간 노동자, 60시간 이상 과로사 위험 기준 노동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적정 인력 및 휴게시간(점심시간 동시사용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현재 금융노조 산하 영업점의 약 3분의 1(29.8%)이 10인 미만(개인대면업무 36.3%, 기업고객 대면 업무 29%)으로 운영되고 있고, 조합원의 69.8%는 업무 과다 및 인력부족으로 많은 시간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금융산별 협약을 통해 영업점 최소인력과 인력총량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퇴근과 휴일 휴가 때 일상화되어 있는 업무지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카톡과 같은 SNS를 활용한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산별·지부별 협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전 사회적 이슈인 직장 내 불쾌한 언행(성희롱, 성추행 등)과 직장 내 다양한 갑질 문제로 노동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남녀 고용 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우리나라에 다양한 노동자 보호 관련 법률이 있으나, 직장 내 우월적 관계에서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나 비인권적 침해가 있더라도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고, 금융산업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공공과 민간의 중첩된 산업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영역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터 변화를 위한 감정노동 개선과제도 도출된다. 첫째, 고객과 시민 등 제3자로부터의 무리한 요구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마련과 프로세스 수립 필요하다. 둘째, 사전적 예방(고지·홍보물 비치)과 사후적 관리(휴식, 휴가, 프로그램)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들면 노동부, 행안부 및 서울시 가이드라인처럼 최소 30분∼1시간 휴식시간 의무화, 감정노동 휴가 도입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셋째, 현장에서 불쾌한 언행 발생시 ‘업무중지권’(벗어날 권리) 시행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감정노동 수행 업무 부서의 전담 대응팀·담당자 배치(개입 중재 역할 필요)를 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금융 노사정 및 산별협약 등을 통해 금융산업 CS 평가, 미스터리쇼핑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1) 018년 금융노조 조합원 설문조사 응답 노동자(18,039명) 인구학적 특성 결과를 보면, 연령대는 30대가 8,155명(45.2%), 혼인상태는 기혼이 12,455명(69.1%)이고, 금융기관 특성은 은행권 16,151명(89.5%), 근무장소는 영업점·지점이 12,987명(72.0%)이었다. 직책은 일반 사원급 11,344명(62.9%), 근속기간은 6∼10년이 5,101명(28.3%), 업무형태는 영업점 등에서 개인 고객 대면 업무가 9,774명(54.2%)으로 가장 많다.